서정갑 기자

외국인을 택시에 태우면 영어권 외국인들은 그냥 꼬부랑꼬부랑 영어로 목적지를 말하고 아시아권 외국인들은 발음 잘 안 되는 한국말로 하거나 프린트물을 보여주며 손가락질로 가는 곳을 설명한다.
말로 하든 글자로 하든 단어 한개만 대충 어림잡아 이해하고 목적지까지 가면 그만인데 요놈의 궁금증 때문에 뭔가를 물어 보고 싶어 안달이 난다.

얼마전 조금 까만 여자분을 태우고 제물포 중학교를 제물포중앙교회로 알아듣고 실수한 기억이 떠올라 조금은 망설이지만 그래도 참을수 없는 궁금증은 계속 된다.

이 말 저 말 시켜보고 싶기도 하고, 미국인지 케나다인지도 궁금하고, 무슨일로 한국에 왔는지도 궁금하고 내 운전 솜씨의 품평도 영어로 듣고 싶기도 한데…….  워낙 짧은 가방끈이라서 대체 말을 걸어볼 엄두가 안 난다.

이놈의 넓디넓은 오지랍과 궁금증을 해소 시킬라믄 최소 3개국어는 공부 해야 할 판인데……. 스믈스믈 기억력이 소진되어가는 이 나이에 3개국어라 그래도 뭐 ‘하이’, ‘땡큐’ 등 영어 몇 개 알지, ‘니취이팔로마’ 등 중국어도 몇 개 알지, ‘곤니찌와’라는 일본말도 알지. 이러면 3개 국어 조금 아는거 맞지?

아 근데, 베트남 여자분을 태웠는데 베트남어 까지는 도저히 모르겠더란 말이야. 오늘 모 시장에서 태운 손님이 “뱃탄 뱃고동” 하길래 “응? 뱃고동? 띠띠 빵빵 요거?” 하면서 크락션 길게 두 번 눌렀다는거야.
시장 상인들 몇명이 시끄럽다고 소리지르며 째려봐. 고게 아닌것 같아서 “어디요?”라고 다시 물어보니 이번엔 뱃탄아파트 뱃고동 이래.

“응! 아파트!”
아파트! 고건 내가 아주 잘 아는 단어야. 써볼까? A.P.T! 아파트 가자는 거지? 벳탄은 저쪽의 백산아파트로구나!

근데 이거 베트남어가 맞나? 암튼 통역도 없이 베트남 언어를 해석은 한 거야, 그치? 뱃고동은 105동일까 109동일까? 난감하네…….

베트남어로 사이를 띄어 다시 해보라고 하고 싶지만 베트남어는 모르니까 “뱃 스페이스 고 스페이스 동”하라고 했다.
그러니 금방 알아 듣고 “백, 오, 동” 한다. 나 베트남인과도 소통 됐다.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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