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 중년 남성 돌아보기

김창엽(서울제일대학원대학교, 교수)

 지금, 여기의 중년 남성은 아버지, 남편, 자식, 직장인, 자영업자 등의 여려 가지 노릇을 하고 있다. 아직은 사회릐 주류를  이루며, 가정과 직장을 비롯한 국가 경제 활동의 주역이고, 사회 전반의 중추이다.

 그러한 동시에, 숨 가쁜 사회 안팎의 변화에 가장 먼저 치이고, 당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무시무시한 다툼과 경쟁을 뚫고 살아오면서, 오로지 앞만 바라보고 성과만 추구하며 죽을 만큼 일하였지만, 이제 그만 몸은 병들고, 마음조차 공허하다. 직장에서 오늘 당장 가장 먼저 쫓겨날지 모르는 퇴출 대상이면서, 고령화 사회에서 대해 제대로 준비와 채비를 갖추지 못했도, 자식들의 학자금과 결혼 준비에 외면하고 싶기조차 하다. 세대 갈등과 대화 불통이 또아리 튼 가정에서, 새로운 사회 문화 속에서, 아버지 구실은 아득하고, 남편의 위신도 빛바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스스로 돌아보고 짚어보는 데 서툴고, 사람사이의 관계나 내면세계를 매만지는데 재주가 없다.

 사회와 삶의 주류면서도 스스로 잘 알지도 못하고, 그 모습이나 속내를 살피거나 느끼지도 못하낟, 이러한 필요를 느끼거나 해 볼 기회도 없었다. 중년 남성의 존재에 대한 관심 또한 놀랍게 적거나 아예 없다. 지금까지 사회 어디서도 중년 남성을 써먹고, 손가락질 하는 일 외에 제대로 관심을 보이고, 알고자 하며, 함께 하려는 곳도, 사람도 없다. 그러니 중년 남성은 스스로 존재를 잃은, 또는 잊은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베이비붐세대의 퇴출이라는 말이 부쩍 회자되고 있다. 이들은 중년 남성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이름이다. 아무리 정신없이, 서두르며 살아왔다 해도 중년 남성 그 자신, 그리고 관계 맺고 사는 사람들 그 누구에게도 중년 남성의 존재가 상실되고 잊혀지는 것은 좋은 일도, 옳은 일도 못된다. 지금, 중년 남성은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퇴직과 함계 새로이 돈벌이를 해야할 지, 그동안의 삶에서 분실한 자신을 찾아야 할 지 방황하고 있다. 이제 그동안의 시간을 온 몸으로 뚫고 살아온 중년 남성에게 그들의 존재성을 돌려주어야 한다. 삶의 지향을 모아내고 평화를 짓도록 해야 한다. 온 마음과 몸게 웃음이 퍼지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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