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추진보다 교사의 다양한 의견수렴으로

고교학점제 졸속 추진보다 교사의 다양한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친 공론화의 장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27일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2022년부터 ‘고교학점제’ 시행 계획을 밝혔다. 이에 현장의 교사들은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이수해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로, 학생은 학습의 주체로서 적성·진로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여 학습할 수 있고, 교원은 수업·평가에 대한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다 폭넓게 존중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교육부는 보고 있다.

향후 일정을 보면, 12월까지 1차 연구학교 지정, 내년 2월까지 연구학교 대상 교육 및 운영 준비, 2018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연구학교 운영 및 관리 등으로 예정하고 있다.

학점제를 도입하게 될 경우 학생들은 필수 이수 단위를 제외한 범위 내에서 과목을 선택하여 수강하게 되며, 학교에서 최대한 많은 과목을 개설해야 되는데, 이는 교사들에게 무언의 강좌 개설 압력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개설에 따른 교육과정 편성, 평가권의 자율성 등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현장의 교사들은 인프라 구축이 미비한 현 상황에서 충분한 연구, 검토, 의견수렴의 절차도 없이 곧장 고교학점제를 발표한 부분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은 여러 가지를 건드려야 한다. 학사제도, 교육과정 개정, 대입제도개선, 고교체제 개편 등 수많은 난제를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비로소 시행이 가능한 것이다.

제도 추진의 문제점은 이해당사자인 교사들에게 제대로된 의견수렴의 절차가 없었으며, 교육적 여건 조성이 미비, 고교 내신평가, 수능시험 등 제반 여건의 미흡을 들 수 있다.

수 많은 교육제도가 만들어지고, 만들어진 교육제도는 그 안에서 상당히 복잡하게 작동하여, 교육공동체 구성원인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아픔을 준 기억이 또렷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행 착오은 또 다른 사교육비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고교학점제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초등학교 5학년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학원의 유혹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이 추진되어도 교사단체에서 줄기차게 주장하는 교원업무경감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고교학점제 추진에 따른 연구학교 교원의 업무 과중 대책미비, 교사의 수업·평가 관련 부담, 시설·인프라 부족 등 행·재정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모색되고, 개선이 되어야 한다.

학점제 운영으로 열악한 농산어촌 지역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학생·교원 수가 적고 시설이 미비한 상황에서 졸속한 추진은 또 다른 학력격차를 초래할 것이다. 단 한명의 아이도, 단 한 곳의 학교도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포기해서는 안된다.

교사는 교육과정 다양화로 고교 교육의 혁신을 하는 것은 당연히 응원한다. 다만, 학점제에 비중있게 참여하는 교사의 다양한 의견수렴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며, 추진에 따른 교육과정 편성, 평가권 등 교사 고유의 권한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한다. 자고 나면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 바뀌고 하지만, 정작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교사의 철학과 마음이다. 교사가 교직에 자부심을 갖고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학교자치를 희망해 본다.

한국교사학회 최우성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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