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용 전 카이스트 교수, Tnews 고문

일만 년의 농경시대를 지내온 인류는 18세기 후반에 기계를 발명하고 석탄을 동력으로 쓰면서 1차 산업혁명을 일으켰고 100년 뒤 에너지를 석유와 전기로 바꾸어 대량생산을 본격화 시키면서 2차 산업혁명을 마지하게 되었다. 다시 100년이 지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종전의 전기기계기술을 디지털로 바꾸면서 3차 산업 혁명이 일어났는데 그 후 50년도 채 안 된 지금, 디지털 기술을 사회전반에 걸쳐, 심지어는 인체에까지 접목하는 제4차 산업혁명을 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머지않아 5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리라 예상되는데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떤 기술적 변혁이 일어날 것인가? 일부에서는 지금 4차 산업혁명에서 보는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기술 등은 늦어도 3,40년 내로 보편화 될 것이며 그 후에는 나노기술, 양자 컴퓨터 등 한층 더 고도화 된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 하고 일본에서는 바이오산업이 그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다.

 

과연 인류는 이렇게 끝없이 기술의 고도화를 추구해야만 하는가? Tufts 대학의 바스카르 차크라보르티 교수는 1,2차 산업혁명으로 인류의 소득이 늘고 생활이 편리해 졌으나 그 혜택이 일부 공업국에 편중되었으며 이를 3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기술이 넓게 확산시켰다고 하지만 아직 인터넷에 한번도 접속해 보지 못한 사람이 76억 세계 인구 중 44억에 달하고 이 중에서도 비용문제나 기기의 성능, 그리고 개인적 사용능력 부족으로 정작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그 절반도 못 될 것이라 했다. 최근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를 저술한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 석좌교수도 그의 저서에서 AI는 이미 20년 전에 시작 된 것이며 자율주행차가 휘발유엔진 같은 변혁을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 하며 4차 산업혁명은 허구에 불과해 향후 20년 간 미국의 경제는 노령화와 교육불평등 등의 이유까지 겹쳐 1.2%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 주장했다. 사실 알파고의 바둑대회에서 보았듯이 4차산업혁명은 거대 자본이 자신의 독과점 기술을 판촉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그들의 덩치만 키워줄 뿐 일반 대중은 대량 실업에 몰려 희생양이 될 것이 뻔해 과연 누구를 위한 산업혁명인지 의심하게 된다. 더구나 스티브 호킹의 우려대로 인공지능이 판단력을 갖게 되면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을 줄 수 있을 것이며 이들 4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거대 기술자본들은 당장이라도 AI군단을 만들어 웬만한 국가를 전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5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면 더 이상의 기술 고도화 보다는 지금까지 축적된 사회적 병폐와 공포를 불식시키고 보다 인간적인 세상을 만드는 방향에 맞추어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지속된 산업혁명에서 생긴 또 하나의 문제는 인류가 영어와 로마자에 예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1차와 3차 산업혁명이 영어권에서 일어났으며 특히 오늘 날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컴퓨터를 로마자가 아니면 접속조차 불가능하고 또 접속한다 해도 영어를 알아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언어가 소외당해 변질되거나 쇠퇴하고 있으며 이들의 고유문화가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나마 영어와 로마자가 서툴러 컴퓨터 접속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소위 디지털 분리(컴퓨터에 의한 사회적 장벽)에 갇혀 문명의 낙오자가 되고 만다. 물론 특정 기술을 사용하기를 선택한다면 그 기술이 요구하는 방법을 따라야 함은 당연하지만 이처럼 그 대가가 무시할 수 없다면 대안을 찾아보는 것 또한 당연하다 하겠다. 지금까지는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쪽이나 이를 따라가는 쪽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지만 이제 향후의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이 예와 같지 않고 또 그간 축적 된 병폐 또한 적지 않아 다른 생각을 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언어는 본래 ‘문자’와 ‘말’로 표현 되지만 말이 있고 그 말을 표현하기 위해 문자가 생겨났다. 즉 ‘말’이 언어의 근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6,500 여개 중 6,000 개 이상의 언어가 ‘문자’ 가 없어 결국 소멸 중이라 하니 그간 언어학자들은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말’은 어떤 것이나 모두 소리로 되어있다. 그렇다면 응당히 이들이 나서서 소리를 표기하는 문자를 만들어 누구나 자신의 말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컴퓨터는 당연히 그런 문자로 접속하도록 만들어 아무도 디지털 분리에 의한 희생자가 되지 말도록 했어야 하고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우선 그 나라 문자와 철자법부터 배워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도록 했어야 옳았다. 이제라도 이러한 문자를 만들어 보급하고 컴퓨터를 새로 만들어 그간 음지에서 숨죽이며 지내던 대다수 컴맹들이 활동을 시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여 세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은 오직 대한민국 사람만이 가능하다. 570여 년 전 세종대왕이 이미 소리를 표기하는 글자를 만들어 우리에게 전해 주었으며 그 후손인 우리 또한 그간 최고의 전자기술을 이룩해 놓아 이러한 ‘언어혁명’은 이미 준비 되어 있는 셈이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로마자로 된 폐쇄적 디지털 기술에서 벗어나 사람의 말소리를 기반으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발전시켜 세종대왕의 뜻대로 온 인류가 함께 사는 언어혁명을 일으켜야 하며 이것이 바로 모두가 환영하는 제 5차 산업혁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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