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103.5 '김창렬의 올드스쿨'의 '래피의 드라이브 뮤직' 담당 DJ

개는 밥 먹을 때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 잘 때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개야말로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고, 개처럼 살면 현재를 온전히 살 수 있다. ‘Carpe Diem, 현재에 집중하고 순간을 살라’는 바로 개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안나 카레리나>속의 레빈에게는 라스카라는 개가 있는데 레빈은 그 개를 보고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결심 한다. 자족에 대한 깨달음이다. 김훈의 <개>나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카레닌이 준 것과 같은 깨달음을 레빈의 라스카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순간을 사랑할 줄 알았던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의 작품속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 있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잠 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고대 그리스의 키니코스파(견유파, 犬儒派) 철학자였던 디오게네스는 집 대신 길거리의 통 속에서 개처럼 살았다. 그는 세속적인 습관이라든가 형식 등을 무가치한 것이라고 경멸하였으며, 개와 같은 원시적인 간편한 생활을 직접 실천해 나갔다. 자연의 보편적 원리를 디오게네스는 ‘자유’로 보았으며 더 나아가 국적이 없는 세계시민(코스모폴리탄), 즉 폴리스를 초월한 세계인을 자처하고 유일하게 올바른 국가는 세계적인 규모의 국가라고 주장해 세계시민주의의 원조가 되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디오게네스의 소문을 듣고 그를 불렀으나, 그는 한 마디로 거절해 버렸다. 하는 수 없이 대왕이 스스로 그를 만나 보러 갔다. 디오게네스는 그 때 통 속에 들어앉아 있었는데, 알렉산드로스가 디오게네스의 앞에 서서 “나는 대왕인 알렉산드로스다”라고 하자 디오게네스는 “나는 '개'인 디오게네스다”라고 했다. 알렉산드로스가 왜 개로 불리느냐고 묻자 “무엇인가 주는 사람들에게는 꼬리를 흔들고, 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짖어대고, 나쁜 자들은 물어뜯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가 “무엇이건 원하는 것을 말해보라”고 하자 디오게네스는 “햇빛이나 가리지 말고 비켜라”라고 대답했다. 알렉산드로스가 “그대는 짐이 두렵지 않은가”라고 묻자 디오게네스는 “도대체 당신이 누구인가? 선한 자인가, 아니면 악한 자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대왕이 “물론 선한 자다”라고 대답하자 디오게네스는 “그러면 누가 선한 자를 두려워하겠는가?” 라고 말했다. 그 뒤에 알렉산드로스는 만일 자신이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었으면 디오게네스이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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