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의 진화, 시각장애우들의 ‘눈’이 되다

친환경 점자블록 설치장면

파인웰, 친환경 논슬립 점자블록

플라스틱’의 진화, 시각장애우들의 ‘눈’이 되다

콘크리트 제품 일색이었던 ‘점자블록(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길바닥 언어’인 점자블록은 지금까지 콘크리트 재질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젠 ‘산업의 쌀’로 불리는 합성수지가 ▲자원의 순환(recycle) ▲환경보전(산업폐기물 미 발생) ▲반영구적 사용(가격↓) 등의 강력한 무기를 앞세우며 콘크리트 대체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며 철강소재는 물론 콘크리트까지 밀어내고 있는 합성수지. 100% 재활용이 가능한 이 재료로 점자블록 역사를 다시 써내려가는 중소기업이 있어 화제다.

㈜파인웰(대표 김노순, www.fine-w.com)은 1976년 설립된 40년 업력의 플라스틱 합성소재
(Plastic compound) 전문기업이다. 지난 1989년 ㈜LG화학과 협력관계를 맺은 이 회사는 2003년 경기도 화성에 연 매출 1천억 원 규모의 6만 톤급 생산 공장을 신설, 운영 중에 있다. 현재 ㈜롯데케미칼과 함께 ㈜현대기아차에 자동차 부품소재를 주력으로 납품하고 있는 파인웰은 축적된 기술과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해 2009년 국내 최초로 ‘재생복합수지점자블록’을 개발했다.그러나 ‘혁신제품’임을 자랑하며 내놓은 플라스틱 점자블록에 대한 초기 평가는 냉담했다. 김노순(69) 대표는 “한국표준산업(KS) 인증은 물론 친환경 녹색제품(환경부 인증)에 조달우수물품 등록까지 마쳤지만 콘크리트가 지배하고 있는 점자블록 시장의 진입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점자블록은 재생율 100%로 산업폐기물이 발생되지 않는 완전한 자원 순환 제품”이라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교체공사가 필요할 경우 납품가격의 10%로 재 매입하겠다는데도 선뜻 구매하는 곳이 없었다”고 밝혔다.
시장 판도를 바꿀 획기적 제품임에도 업체나 공공기관들이 재생복합수지 점자블록의 구매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플라스틱 제품은 미끄럽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김 대표는 “어떤 재질이든 국내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의 미끄럼 저항수치(BPN) 기준은 40 이상인데, 우리 제품은 국가공인시험인증기관으로부터 43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환경부가 인증한 중소기업 기술제품(녹색제품)은 법률에 따라 국가가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특허기술을 보유한 파인웰의 점자블록 매출비중은 지금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그동안 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한 여러 건설사와 세종시 및 경기도 수원시청 서울 마포구청 등 한번 사용해본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재 구매는 물론, 제품에 대한 다양한 장점이 입증되면서 ‘입소문’도 늘었기 때문이다. 또 견고했던 콘크리트 시장에 ‘균열’ 조짐이 보이면서 동종업계의 ‘모방 제품’ 출현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대체제로서의 역할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이유 외에도 향후 재생수지 점자블록의 시장 전망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수지 제품은 내구연한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과 ‘리싸이클’을 통한 환경보전은 물론, 산업폐기물 미 발생 등의 장점에 더해 기존 콘크리트 제품의 한계라 할 수 있는 ‘쉽게 깨지는’ 파손 현상이나 촉감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돌출부위 이탈’ 같은 문제가 전혀없기 때문이다. 또 ‘논슬립’은 물론 기준 이상의 규격을 갖추었기 때문에 당연히 콘크리트 이상으로
미끄럽지도 않다.
특히 과거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보도블록 교체공사를 자주 벌였었지만 ‘예산낭비’를 지적하는여러 사회단체와 시민들의 ‘항의’ 등으로 인해 시공이 뜸해지면서 점자블록 교체주기도 함께 늘게됐고, 자연히 콘크리트 제품이 갖고 있는 한계와 단점이 드러나면서 지자체들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체 제 고민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 역시 시장전망을 밝게 하는 주요인이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복지’가 아도장치이자 사회적 기본권이다. 많은 공공기관이
이 기본권을 위해 정책과 예산 등을 쏟아 붓고 있지만 정작 제품의 사용자나 제조사 모두가 느끼는 만족감은 생각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세밀하고 효율적인 행정집행이 필요한 대목이다.
점자블록은 단순한 건설자재가 아닌, ‘편의시설’로 봐야 한다. 때문에 정부는 사회적 약자인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서라도 철저한 검증을 통해 객관적, 사실적 기준을 바탕으로 구매해야 한다. ‘플라스틱은 미끄럽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낭설을 근거로 유망한 중소기업의 기술제품 구매를 회피하는 것은 공공기관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지금도 콘크리트 점자블록을 관행처럼 시공한다. 이는 여타 제품
에 대한 ‘불확실성’과 공공기관만의 수동적 특수성이 더해지면서 형성된 거대한 ‘구매카르텔’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콘크리트 제품의 과열경쟁으로 인한 수익저하 등으로 ‘불량제품’이 만연해지면서 1년도 채 안 돼 깨지고 갈라지는 것은 물론 돌출부위가 떨어져나가 점자블록이 제 기능을 못하는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시각장애인은 물론 비시각장애인들까지 위험에 노출시키며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유한한 자원의 순환과 환경보존은 전 지구적 과제다. 별다른 대안 없이 사용돼 온 콘크리트 점자블록은 지금까지 그랬듯 종국에는 ‘폐석재’가 돼 산업폐기물로 남는다. 처리비용도 만만치 않다. 획기적 변화가 필요한 때다.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인 파인웰의 점자블록은 그런 면에서 ‘안성맞춤’이다. 현재로선 표준규격과 가격경쟁력은 물론 자원순환, 녹색제품, 반영구적 사용 등 콘크리트가안고 있는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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