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김인식 기자>

도어자동잠금장치 작동에 대한 안내문 필요 

김인식 티뉴스 기자

택시를 운행하다보면 외국인을 종종 태우는데 운전기사와 외국인 승객이 문화적인 차이로 해프닝을 빚을 때가 있다. 택시기사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담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냥 웃어넘길 정도로 사소한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심각하고 치명적인 경우도 있다. 필자가 며칠 전 당한 일도 자칫했으면 큰 사고로 번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지난 24일 오후 5시경 필자는 20대 여성 중국인 관광객을 뒷좌석에 태우고 성산대교 방향으로 강변북로를 운행하고 있었다. 영어로 간단한 의사소통도 하며 평상시대로 택시를 몰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승객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뒷문을 열고 뛰어내리려고 했다.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면 최소 중상이다.

깜짝 놀란 필자는 왜 그러는지 파악할 겨를도 없이 한강철교 부근에서 차량을 갓길 옹벽에 바짝 붙여 정차했다. 승객이 보인 행동이 꼭 환각상태인 것 같아서 도로로 뛰쳐나가면 큰일이다 싶어 차문을 못 열게 한 조치였다. 그러자 승객은 창문을 내리고 빠져나가 도주했다.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로 뛰어들어 차량을 세우는 등 난동을 부렸고, 오갈 곳을 잃자 갓길에서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필자는 즉시 112에 신고해 긴급출동을 요청했다. 그 시각이 오후 5시6분경이다. 한강공원 순찰대와 한강로1가 순찰대에서 각각 순찰차가 출동했다. 순찰차에는 중국어 통역 경찰관이 타고 있었다. 경찰이 이 승객을 붙잡아 도주 및 난동 경위를 조사한 결과 발단은 ‘도어자동잠금장치’였다. “택시문이 잠겨 있는 것이 보이는 순간 택시기사가 나를 납치하는 줄 알고 탈출하려고 소리를 지르고 도주하려고 했다”는 것이 경찰이 전한 이 승객의 진술이다.

사건 당시의 택시 블랙박스 영상 캡쳐사진. 택시 창문으로 빠져나간 여성이 강변북로 갓길에 서 있다.

도어자동잠금장치 때문에 납치범으로 오해를 받다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예전 택시는 이 장치가 없어서 취객이나 어린이가 운행 도중에 문을 여는 바람에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그래서 현재 택시를 포함한 대부분의 차량은 공장에서 출고할 때 출발 후 일정 속도(보통 시속 40㎞)에 이르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장치가 장착돼 있다.

간혹 내국인 중에도 문이 ‘철컥’하고 자동으로 잠기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승객이 있다. 특히 밤에 혼자 타는 여성 승객들이 그렇다. 얘기를 들어보니 중국에서 이 같은 차량을 이용한 납치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중국관광객들 중에 과민할 정도로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철컥’ 소리에 불안감을 느끼는 승객이 있다면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이 불안을 해소해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극단적인 경우 필자가 당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것이 택시기사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서울시와 서울개인택시조합에 요청한다. ‘도어자동잠금장치’에 대한 안내문을 만들어 택시 뒷좌석에 붙일 수 있게 배포해주길 바란다. 안전은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게 대형사고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다. 승객의 불안과 오해를 해소하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작은 실천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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