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공간에 급배수 시설 등 설치

민원인 “화재시 주민 위험 내몰아”

서울시‧시공사 “법적으로 문제없다”

57평형 주상복합아파트 대피공간에 급배수 시설이 설치돼 있다. 실내에는 따로 세탁실이 없다. 입주민들이 대피공간을 세탁실로 전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포스코A&C가 시공한 고층 주상복합 상봉듀오트리스가 일부 평형에서 별도의 세탁실을 설치하지 않고 대피공간을 세탁실로 전용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준공허가를 받고 입주까지 마쳐 화재 발생 시 입주민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체 264세대 중 189㎡(57평)형 40세대와 256㎡(77평)형 20세대 등 총 60세대가 이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 입주민 A씨는 이달 초 서울시에 이 같은 문제점을 제기하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최근 서울시로부터 적법한 허가와 시공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답변을 듣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A씨는 민원에서 “57평이나 되는 큰 평수의 아파트가 세탁실 공간이 따로 없고, 대피공간에 냉온수 급수시설 및 배수구, 전기배선 등이 시공되어 있다”며 “입주민들이 화재 등 위급시에 대피공간으로 사용해야 할 공간을 세탁실 공간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책임을 입주민들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고층아파트 화재가 날 때마다 대피공간의 중요성을 그렇게 강조했는데도 시공사와 서울시가 무사안일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분노했다.

대피공간 내의 배수구.

실제로 본지가 189㎡형을 확인한 결과 아파트 공간 어디에도 세탁실은 따로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대피공간에는 수도꼭지 3개와 전원 콘센트가 마련돼 있어 세탁기를 놓기만 하면 언제든지 세탁실로 쓸 수 있게 돼 있었다. 또 당초에는 대피공간 천장에 빨래건조대까지 부착돼 있었는데 준공검사 과정에서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시공사와 인허가권자인 서울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공사인 포스코A&C측은 “2005년 건축허가 당시 규정으로 준공을 받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건축허가와 사용승인(준공) 기관인 서울시도 “대피공간을 세탁실로 쓰려고 시공한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것이 준공검사가 안 날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화재에 취약한 고층아파트에서 대피공간을 세탁실로 전용해야 한다는 데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대피공간이 세탁실로 전용되면 위급한 상황에서 대피공간 역할을 못하게 된다.

국토교통부의 현행 대피공간 설치기준은 대피공간을 창고, 보일러실, 세탁실 등의 타용도로 전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이 마련된 것은 2010년 9월로, 상봉듀오트리스 허가 당시인 2005년에는 규정 자체가 없었다. 이를 근거로 포스코A&C와 서울시가 대피공간의 세탁실 전용을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A&C는 포스코가 100% 출자한 건축회사다. 상봉듀오트리스는 2005년 건축허가를 받아 시공하던 중 사업주 부도로 79% 공정 단계에서 5년간 공사가 중단됐다가 2014년 포스코A&C가 새로운 시공사로 선정돼 공사를 재개한 후 지난 1월 준공허가를 받았다. 상봉듀오트리스는 지하 8층, 지상 41층 두 개 동으로 망우역 앞쪽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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