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식 태백시장 인터뷰

▲ 김연식 태백시장은 오투리조트 매각으로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다. 자신이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태백시정이 오투리조트에 발목 잡혀 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제 하늘을 봤으니 거침없는 질주만이 남았다.

강원도의 작은 지자체인 태백시가 최근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 편’의 극적인 드라마 때문인데, 그 한 편은 익히 알려진 대로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룸을 일으키고 있는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다. 이 드라마 촬영지가 태백시의 옛 한보탄광 터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연계 관광상품이 기획되는 등 드라마 속 현장을 보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나머지 한 편의 드라마는 뭘까? 알고 보면 ‘태양의 후예’보다 훨씬 스케일도 크고, 더 극적이고, 짜릿하다. 지자체와 의회, 주민, 기관단체 등 태백시의 전 역량이 동원됐고, 여기에 국내 굴지의 기업체가 결합했다. 바로 이 힘들이 모여 대본도 없이 만들어낸 ‘오투리조트 매각’ 드라마다.

오투리조트 성공적 매각은
대본 없는 극적인 드라마
태백시 미래 위한 동력 얻어
부영‧시민‧관계기관에 감사

오투리조트는 태백시가 4403억원을 투자해 지난 2008년 야심차게 문을 열었지만 운영적자가 쌓여 법정관리상태로 떨어지며 태백시 전체를 파산위기로 몰고 갔던 지방공기업이다. 이것을 매각해 살려내지 못하면 태백이라는 도시가 황폐화될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부영그룹과의 협상을 성사시켜 회생의 길을 열었으니 극의 긴장감이 어찌 드라마보다 덜하겠나.

이 드라마의 총연출이었던 김연식 태백시장을 만나 막전막후의 이야기와 앞으로 태백시가 갈 방향을 들었다.

-‘오투리조트 매각’이라는 한 편의 극적인 드라마를 찍은 셈이다.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소감이 어떤가?
“지금 생각해도 상황은 아찔했다. 부영을 끌어들이지 못했거나, 또 끝내 산림청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설득하지 못했다면 지금 가시방석에 앉아있을 텐데…. 행정과 주민, 기업이 함께 만들어낸 반전을 생각하면 짜릿하기도 하다. 태백시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다시 뛸 수 있게 결단을 내려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관계기관장들, 그리고 노심초사 힘을 모으고 기다려준 태백시민들, 오투리조트 직원들, 공무원들 등 모든 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드린다.”

-만약 오투리조트 매각이 실패했다면 태백시의 운명은 어땠을까.
“실패라는 말은 입에 올리기도 싫다.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법정관리 상태에서 인수자가 나서지 않을 경우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취소되고 그러면 영업비용 문제로 파산까지 이르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겠나.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태백 지역경제에 메가톤급의 악영향을 미쳐 도시 황폐화 현상까지 불러올 것이다. 시장으로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만은 막아야 했다.”

-부영이 인수자로 나선 후에도 협상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매각협상 진행 중에 부영이 요구한 국유림 매입이 최대의 걸림돌이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산림청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을 수차례 방문해 매각의 필요성을 설득시켜서 결국 매각을 성사시켰다. 여기가 최대의 고비였다. 백천간두(百尺竿頭)에서 한걸음만 내딛자(進一步)고, 그러면 문이 열린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힘은 태백의 운명이 내 손에 달렸다는 책임감이었다.”

-막바지에서 한 차례 고비가 있었다고 알고 있다. 어느 정도였나.
“매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언론보도 등으로 막판에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계약을 목전에 두고도 판이 깨질 위기가 있었다. 인수 시 향후 개발사업에 행정이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하며 고비를 넘는 등 실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향후 부영 개발사업 적극 지원
지역경제 긍정적 파급 효과
황지천 물길복원 중점 추진
느슨했던 지역에 긴장감 팽팽

▲ 부영그룹이 인수한 오투리조트 전경.

-최근에 오투리조트 노동조합도 해산을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노동조합이 스스로 해산키로 결정했다. 오투리조트의 조기 정상화에 동참하겠다는 노조원들의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안다. 그동안 고통을 감내해왔고, 앞으로도 부영 측과 원만한 관계를 정리할 수 있도록 통 큰 결단을 내려준 노조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매각절차 및 정상화 일정은 어떻게 잡혀있나.
“현재 부영그룹은 인수준비를 위해 임원 1명과 부장급 2명을 오투리조트 현지에 파견해 업무를 조율하고 개장준비를 하고 있다. 회원권 변제 등 법정관리 절차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면 태백관광공사 청산과 정관 변경, 등기신청 등을 거쳐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재출범하게 된다. 부영은 민간기업 전환 후 리조트 증축, 아파트단지 조성, 풍력단지 건설 등 대규모 개발계획을 실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매각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태백시에는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오투리조트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리조트 운영에 필요한 필수적인 서비스에 지역민들이 고용되고, 지역에서 물품구매가 일어나는 것은 물론 개발사업이 시작되면 일자리 창출과 지역건설업체 등으로 연쇄파급효과가 생길 것이다. 대기업의 시스템과 경영노하우로 흑자를 내고 재투자를 하면 지역경제가 선순환구조로 올라서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큰 파급효과는 지자체가 큰 수렁에서 벗어나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태백의 미래를 구상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패만 하다가 한 번 성공하게 되면 그 경험이 앞으로 사업을 하는 데 원동력이 된다. 태백은 이제 발전할 일만 남았다.”

-부영과의 파트너십 또한 앞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맞다. 부영은 교육시설과 사회복지시설 무상 건립 기증 등의 사회공헌사업을 많이 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오투리조트 매입 또한 어려운 태백 지역과 상생발전을 꾀하려는 부영그룹의 용단이 숨어 있다. 그리고 부영이 호텔과 리조트, 골프장 등을 갖춘 종합레저그룹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향후 태백시의 관광산업도 그 방향으로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오투리조트 매각 후 태백시의 시정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나.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가 최대의 과제다. 태백의 구심점인 황지연못을 시민광장으로 조성하고 황지천의 옛날 물길을 복원해 주변 전통시장과 상가를 중심으로 한 도심을 연계하는 관광벨트화로 관광객을 적극 유입시켜 지역경기에 기여토록 하겠다. 또 소규모 투자 사업을 적극 발굴하는 등 시정 전 분야에 걸친 맞춤행정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겠다. 서민경제의 버팀목인 중소기업, 소상공인, 전통시장을 세심하게 챙겨 서민경제가 활성화 되도록 하겠다. 상업, 자영업 등에 종사하는 서민들의 생업활동을 향상시키고 각종 사업의 조기 발주와 지역 업체의 참여 확대, 지역산품 우선구매로 지역경기를 최대한 끌어 올리겠다.”

-태백시는 시인데도 인구가 5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회복 대안은 있나.
“신소재 스포츠산업단지가 올 해 준공을 목표로 착실히 추진되고 있다. 공사가 완료되면 스포츠산업 연구기관, 소규모 제조업 등 업체들이 유입된다.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 떠나는 태백이 아니라 살고 싶은 태백으로 변모해 인구 5만명 회복이 가시화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밖에 강원랜드 2단계 사업과 항노화산업을 지역의 주력사업으로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도권 기업을 유치하도록 노력하겠다.”

김 시장은 올해 신년인터뷰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시정의 중점과제로 강조하며 느슨해진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를 언급했다. 이 말처럼 태백시는 느슨해져서 삭아가던 오투리조트라는 줄 하나를 바꿔 팽팽하게 조였다. 이제 새 줄을 뜯으며 신나게 거문고를 연주할 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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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한류열풍 '태양의 후예'>

태백시에 드라마 촬영지 여행 문의 쇄도
김연식 시장 “세계적 명소로”

▲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

백두대간의 중심 태백시가 최근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한류 열풍 속에 관광명소로 급부상 하고 있다. 태백시에 따르면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한보탄광 채광터와 폐석 처리장 등을 배경으로 펼쳐지면서 네티즌과 여행사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 지난달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태양의 후예’를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호평했다. 이에 따라 해외 관광객들이 촬영지인 태백을 방문할 기회가 열리고 고품질 관광상품 개발이 기대된다.

태백시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등 중앙부처와 강원도가 함께 상품 구상을 해 관광자원화 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김연식 태백시장은 지난달 22일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 강원도 관계자 등과 함께 관광상품 개발 간담회를 갖고 향후 발전방향 등을 논의하고 드라마 촬영장을 방문해 적극적으로 지원과 개발 방향을 모색하기로 했다.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이 자리에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 가야 하는 만큼 겨울연가 세트장이 있는 남이섬과 사뭇 다른 인프라를 갖고 단계별로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1회성에 반짝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상품이 될 수 있도록 분석하고 고민해서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태백산, 양대강 발원지, 맛있는 한우고기 등 다른 상품과도 연계할 수 있도록 관광 웹사이트를 개선하고 숙박업소, 식당 메뉴 개발과 지역주민의 친절마인드 등 작은 것부터 국제화에 걸맞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태백시에서 건의한 사항들에 대해 중앙부처에 건의하고 한국관광공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김연식 태백시장은 “한때 기간산업으로 각광 받던 태백시가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이젠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며 “이번 영화 촬영지를 비롯한 인근지역 명소 등을 활용,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 탐방객들에게 영화 속 장면과 태백의 스토리에 감성을 입혀주는 고품격 투어로 관광명소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한편 태백시는 지난달 15일부터 개시된 통계청의 살고 싶은 우리동네 서비스에서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두 자녀를 가진 부부와, 은퇴 후 살 집을 찾는 노부부의 거주지에 전국 1위와 3위로 추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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