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들 “수고하십니다, 한마디가 큰 힘 된다”

 

택시 모범운전사들이 도로 위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쉬는 날, 잠자는 시간을 할애해 가며 교통봉사를 펼치고 있지만 갈수록 이들의 지시를 무시하고 욕설과 시비를 거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수신호를 무시한 채 내달리던 차량에 부딪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봉사자도 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교통봉사를 하고 있는 모범운전자 김 모씨는 “모범운전자이자 교통 봉사자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추위와 싸우고, 매연을 마셔가며 도로 한복판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도 “수신호를 무시하거나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욕설과 심한 모욕적인 말을 하는 운전자들도 적지 않아 속상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관악구에서 봉사하는 안 모씨는 “아들 뻘 되는 운전자들이 ‘경찰이 아닌데 왜 당신이 이래라저래라 하느냐’며 심한 말을 할 때면 ‘내가 어린애들한테 욕 먹어가며 이 일을 왜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운전자들이 교통정리중인 모범운전자의 지시를 따르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이륜차 운전자 4만원 △승용차 운전자 6만원 △승합차 운전자 7만원·벌점 15점이 부과된다. 범칙금은 모범운전자가 위반 차량의 사진을 찍어 신고하거나 현장에 함께 있던 경찰관에 의해서 부과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들에게 범칙금 부과 등 경찰권이 없기 때문에 일부 과격한 운전자들의 타겟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모범운전자들이 범칙금고지서를 발급하도록 하는 것 보다 사실상 순수 봉사활동에 촛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피해를 봐도 그냥 웃어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서 모범운전자회에서 20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하재수 씨는 “모범운전자라는 자긍심 때문에 봉사를 시작했고, 도로 위에서도 항상 그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봉사에 임하고 있다”며 “욕설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아니라 ‘수고하세요’라고 손인사라도 건네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봉사를 그만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모범운전자들은 경찰보조자로 법적인 지위를 인정받기는 하지만 이들에 대한 경찰의 지원은 그리 많지 않다. 지원금은 고사하고 오히려 아들뻘 되는 나이 어린 경찰들이 수고한다며 도시락이나 음료 등을 자비를 들여 나눠주는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범운전자들의 숫자도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권태순 서울 광지모범운전자회 부회장은 “10년 전만 해도 구마다 500여 명씩 있던 모범운전자들이 지금은 평균 150명 안팎으로 줄어들었다”며 “일부 몰지각한 운전자들의 행태는 물론 택시 업계도 계속 불황이다 보니 봉사활동에 참여하려는 운전자들 또한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모범운전자들은 12시간 넘는 고된 운전을 하고 하루 쉬는 날, 교통봉사에 참여하는 분들”이라며 “순수하게 봉사의 마음으로 경찰의 교통정리를 도와주려고 애쓰시는 회원들의 수고를 운전자 분들이 조금이나마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몰지각한 운전자들로부터 심심찮게 욕설을 듣고도 넘겨야하는 모범운전자들이지만 사실 교통봉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교통 봉사를 하는 모범운전자들은 영업용 차량 10년 이상 무사고나 경찰서장의 포상을 수상한 운전자 중 교통안전 봉사 활동 희망자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경찰서별로 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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