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산 줄이고 현금자산 확대,중앙은행 통화팽창정책

 

전 미국 FRB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2월26일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올해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10년,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얼마나 글로벌 경제가 약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1929년 대공황 때와 비교하며 유효수요가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효수요가 매우 약하다”고 설명했다. 유효수요는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을 갖고 물건을 구매하려는 욕구다. 유효수요가 약하다는 것은 실물 경제 회복세가 더디다는 의미다. 특히 그는 “내가 측정하는 방법으론 대공황 이후 단계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며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 지표가 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풀어낸 돈이 실물 경제엔 가지 않고 금융시장에만 머물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미국 실물경제를 들여다 보면 셰일가스 개발붐으로 약 1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제조업 리쇼어링(복귀)로 약 2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또한 중국계 이민자의 급증으로 수요부진의 일부를 상쇄시키고 있다. 즉 실물경제에 투자가 상당부분 이루어 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스펀은 전반적인 경제지표가 강하지는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도 양적완화로 엔화 약세를 유발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디플레이션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디플레이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정책이 시작되었는지 2년이 지났는데도 수출증대가 내수감소 규모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미약한 회복이 지속 가능한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중국 중앙은행도 2005년부터 많은 돈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찍어낸 돈을 합산하면 미국이 찍어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찍어 냈다. 금리수준도 GDP성장률에 비해 매우 낮게 유지해 경기부양 기조를 10년 넘게 지속해 왔다. 이렇게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해도 중국 소비자물가는2014년 2.0%에 머물렀고 올해는 2%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투자비중이 GDP의 40%가 넘도록 성장 일변도로 정책을 운영해온 결과 중국은 지금 심각한 부동산거품과 부채급증에 직면해 있다.

 

이렇듯 미〮일〮중 중앙은행의 통화팽창정책 효과가 목표달성에 실패했는데도 유럽 중앙은행은 또 다시 양적완화를 꺼내 들었다. 명분은 디플레이션 방어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유로화의 약세를 유발하여 더딘 경기회복세를 앞당겨 보려는 의도다. “너도 하니 나도 하련다”식의 환율전쟁이다.

디플레이션과 수요부진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디플레이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지구촌 전체가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곤두박질하기 시작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그렇게 오랫동안 또 그렇게 막대한 양의 돈이 풀렸는데도 인플레이션은 커녕 오히려 디플레이션이 찾아 왔다. 왜 그럴까?

그린스펀의 말대로 수요부진 탓이다. 수요가 부진한 이유는 투자대비 고용창출 효과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즉 소비할 수 있는 고용인구가 더디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고용인구가 소폭이라도 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고용인구가 더 이상 늘지 않고 줄어들 수도 있다. 경제환경 틀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과거의 경제법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변화에 둔감한 정부와 중앙은행이 고장 난 경제학에 계속 매달려왔던 것이다.

고용창출 효과가 낮아진 근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주요국가의 인구증가 속도가 둔화되거나 감소세로 돌아섰고 둘은 글로벌 무한경쟁과 기술혁신에 따른 기업의 양극화로 퇴출기업이 늘어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창출 부진이 원인

우리나라 사례를 보자. 통계청의 ‘2014년 연간고용 동향’에 따르면 작년에 취업자는 53만3000명이나 늘어 12년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는데도 청년 실업률은 9.0%로 역대 최고치였다. 취업자 증가는 청년층보다는 장년층이 주도했다. 50대 취업자가 23만9000명, 60세 이상이 20만명 증가하는 동안 15∼29세 취업자는 7만7000명 느는 데 그쳤다. 30대 취업자는 2만1000명 감소했다.

시간선택제일자리가 대부분인 50대이상 취업자는 사용기간이 2년에도 못 미치고 월 100만원 정도의 임금밖에 못 받는다.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이 아닌 것이다. 일자리를 늘렸다기보다는 일자리를 나누었다고 볼 수 있다. 청년층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어야 결혼도 할 수 있고 아이도 낳고 집을 사게 된다. 그래야 중산층이 다시 복원될 수 있고 다시 건강한 경제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만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구촌 전체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결국 통화팽창 정책만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성장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구조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민간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중앙정부가 강력한 육성정책으로 선도해야 한다. 성장산업으로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아야 할 뿐 아니라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도 우리가 능히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차별화된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공급과잉 도미노

수요증가가 약해서 공급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공급과잉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오랫동안 경기부양책을 써왔기 때문에 광범위한 공급과잉이 지구촌을 덮고 있다. 2013년 공급과잉으로 금값이 폭락했고 원자재 가격도 폭락했으며 뒤이어 국제유가도 폭락했다. 앞으로도 또 다른 공급과잉 시장이 도미노처럼 폭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다음 차례로 부동산 시장이 폭락할 가능성이 높고 뒤이어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시장이 폭락하면 어쩔 수없이 고통스런 경기침체가 따라온다. 그러나 지금은 경기침체를 두려워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거품을 빼야 할 때다. 거품을 빼면 경기침체로 고통이 뒤따르지만 비대한 부채를 조정할 수 있는 구조조정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건강한 경제로 돌아 갈 수 있다. 구조조정과 함께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성장산업을 육성하는 성장전략이 서둘러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디플레이션 시대에 진입했으며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장기불황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우리가 장기불황을 대비하여 미리 준비할 수 있다면 디플레이션을 즐길 수도 있다. 다소 늦었지만 아직 너무 늦지는 않았다. 투자자산을 줄이고 현금자산을 늘려두면 다시 새로운 투자기회가 찾아온다. 언제 좋은 기회가 올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준비한 자가 더 큰 기회를 잡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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