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주 전문위원_ 경제칼럼

저금리의 두 얼굴
한용주 경제칼럼니스트 2015년02월16일

국내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연 3% 아래로 내려갔다.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2010년 연 5%대에서 2012년 4.63%, 2013년 3.86%, 지난해 11월 3.3%로 떨어진 데 이어 이제는 2% 후반 대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추이를 비교하더라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는 EU와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과 유럽 일부 국가들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등 해외 선진국들의 통화팽창 정책으로 형성된 풍부한 유동성이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저금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 면과 더불어 부정적인 면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긍정적인 면으로 주택대출금리 하락은 주택수요를 촉진시켜 주택대기 매수세를 자극하게 된다. 주택거래가 늘고 주택가격을 떠 받치는 효과가 있다.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는 시대에선 이런 부양책을 몇 년간 지속하기만 하면 어느덧 새로운 수요가 늘어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자산가치상승은 소비를 늘리는 순환 사이클을 이끌며 경기회복을 달성할 수 있다.

부정적인 면으로 저금리 정책이 오래 지속되면 심각한 공급과잉이라는 후유증을 만들어 낸다. 낮은 금리는 투자를 자극한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률이 있는 곳에 자금이 흘러 들게 마련이며 투자에 투자가 계속해서 이루어진다. 반복되는 투자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으나 결국 만성적인 공급과잉을 만들어 낸다.

낮은 금리가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는 효과를 만들어 내지만 공급과잉이 지나치게 과도하여 일정 수준을 넘기면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자산가격은 폭락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부동산 거품붕괴도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과거에도 붕괴를 막기 위한 정책이 남발되었지만 과도한 거품 또는 공급과잉으로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한번 거품이 무너지면 부실자산이 크게 늘어 시장금리는 양극화되고 일부 우량고객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객에 할증금리가 적용되어 실질 대출금리가 오르게 된다. 미국 셰일가스 투자붐이 공급과잉을 유발시켜 국제유가를 폭락시켰듯이 주택과 사무실이 넘쳐나면 매매가격과 임대료가 폭락하게 된다.

저금리 덕분으로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도 거품이 유지되고 있다. 기업의 수익은 나빠지는데 주식가격은 역사적 최고치를 넘나들고 있다. 기업의 수익이 계속해서 나빠지면 채권시장도 양극화되어 상당 수 기업의 조달금리가 상승할 수 있고 주식가치도 하락할 수 밖에 없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해외 선진국 정부가 통화팽창 정책에 의존하여 경제회복에 매달리는 이유는 과거 경험 때문이다. 우리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저금리는 수요를 촉진시켜 거래를 늘리고 자산가격을 떠 받칠 수 있다. 투자증가로 공급이 확대되더라도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 자산가격 하락을 막고 선 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지구촌 경제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뿐만이 아니다. 글로벌화로 인한 무한경쟁 그리고 기술혁신에 따른 고용 없는 성장으로 경제환경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 투자가 반복되어도 일자리가 늘지 않기 때문에 수요는 계속 정체되고 공급만 계속 늘어난다.

장기간 돈을 찍어내고 저금리를 유지하여 차입을 장려하면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지만 이미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경제주체가 많아져서 그 부양효과가 갈수록 반감된다. 일자리가 늘지 않는 경제환경 속에선 저금리정책과 돈을 찍어내는 양적완화 정책만으로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다. 저금리 정책은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 과거와 달리 선 순환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미국경제의 회복을 이끈 것은 첫 번째로 셰일가스 개발붐으로 새로운 성장산업을 만들어 낸 정책이며 두 번째로 미국 제조업 국내 복귀 장려정책 그리고 세 번째로 중국인의 투자이민 증가와 중국기업의 미국 내 투자증가에 힘입었다. 미국은 셰일가스 산업으로 1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미국 제조업 복귀로 약 17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단지 낮은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만으로 이루어낸 성과가 아닌 것이다.

일본의 경제 회복이 더딘 것은 재정지출 확대정책과 양적완화로 통화팽창정책에 의존하고 성장정책을 미루었기 때문이다. 엔저로 수출이 늘었으나 내수는 감소할 수 밖에 없었다. 뒤늦게 출발한 일본의 성장정책도 과거 낡은 성장정책으로 그 효과는 제한될 것으로 본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교훈 삼아 한국도 저금리에 의존하는 단기적인 정책보다 근본적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성장정책이 앞서야 한다. 규제개혁만으로 충분한 새로운 성장산업을 만들어 낼 수 없다. 한국의 강점을 살리는 성장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성장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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