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진단 못 믿고 여러 병원 전전한다면 ‘건강염려증’ 의심

▲ 국립교통재활병원 전경

회사원 유현정씨(여 34세)는 평소와 달리 소화가 잘 안되고, 속 쓰림 증상을 호소해 집근처 내과를 찾았다. 내시경 검사결과 아무 이상 소견이 없으니 마음 편하게 먹고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유씨는 대학 병원에 가면 혹시 다른 진단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 큰 병원을 찾았다. 결과는 동네 의원과 같은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씨는 마음이 편하지 않아 한의원에 방문했지만 이 역시 같은 답변을 받고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다고 생각해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이다.

유씨처럼 실제로 신체적인 질병이나 질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으로 자신의 건강상태에 관심이 집중돼 반드시 질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건강염려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운영 국립교통재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태 교수는 “의사가 환자의 증상에 대해 건강문제가 없음이라고 상세한 설명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질환이 있을 것이라 의심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 이로 인해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 이러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라면 건강염려증을 진단할 수 있으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건강염려증이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감각 역치나 인내성이 낮아서 약한 신체 감각을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과거에 경험한 상실이나 분노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표현된 것이거나 죄책감, 자존심 손상에 의한 적대감을 이러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주로 특정한 신체 기관에 질병이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증세를 나름대로 의학적 용어를 사용하며 설명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자신 갖고 있는 질병에 대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보를 검색하기도 하며,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검사를 받기도 한다. 의사의 진단에 오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는다며 이런저런 건강식품을 먹거나 민간요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심한경우에는 신체 망상의 수준으로 발전되기도 하며,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자신이 적절한 치료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걸렸다고 믿는 질병이 자주 바뀌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건강염려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에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과를 전전하며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경향이 생긴다.

스스로가 질병을 보유하고 있다는 착각해 지속적으로 집착하거나 이로 인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환자 자신은 증상이 있는데,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은 자칫 꾀병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 할 때는 가급적 가족이 함께 동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염려증 환자는 상담치료를 통해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복용해야 한다.

한 교수는 “누구든지 손쉽게 건강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최근에는 건강정보가 범람하는 수준일 정도로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정보를 검색하고 인지할 수 있게 됐다. 정확한 건강정보를 활용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수준은 정상적인 행동이지만, 마치 여기저기 떠도는 건강정보에 대한 증상이 자신이 보유한 증상과 같다고 착각해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라면 건강염려증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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