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회계사/티뉴스 자문위원

2015년 1월 1일 0시 기점으로 2500원 하던 담배가 4500원으로 인상됐다. 담배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애연가들에게 2015년 새해를 여는 제야의 종소리는 가장 슬픈 종소리가 됐을 것이다. 20여년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필자도 이렇게 급격하게 담뱃값이 오른 건 처음 겪는 일이다.

왜 갑자기 담배값이 이렇게 올랐을까. 담뱃값 인상을 주도한 정부의 주장은 국민건강을 위해서란다. 그러나 곧이곧대로 그 말을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민 건강증진’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다른 속사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세무전문가 입장에서 세금 측면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그럼 먼저, 인상된 4500원의 담뱃값은 어떻게 구성이 돼는지 살펴보자. 담배원가와 유통마진으로 이뤄진 순수 담배가격은 1182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3318원은 세금이다. 담배소비세, 국민건강증진기금, 개별소비세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나져 있지만 전부 세금 성격의 금액이다. 즉 담배 한 갑당 3318원, 담뱃값 대비 70퍼센트가 넘는 세금이 부과되는 셈이다. 담배를 하루 한 갑씩 피는 흡연자라면 일 년에 121만원의 세금을 더 납부하는 것이다. 이는 7억 주택을 가진 사람의 재산세, 3천 연봉의 근로소득자의 소득세와 맞먹는 큰돈이다. 이렇게 다른 세금과 비교해보니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세금은 직접세와 간접세로 나눠진다. 직접세에는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담세자)과 납부하는 사람(납세의무자)이 같은 소득세, 법인세 등이 있고, 간접세에는 담세자와 납세의무자가 다른 부가가치세, 담배소비세 등이 있다. 소득세는 납세의무자가 신고하고 직접 납부하기 때문에 조세저항이 커서 근로소득자 같은 경우에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받는 서류를 하나라도 더 챙기려고 하지만,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나 담배소비세는 물건 값에 포함돼 있어 세금을 낸다는 인식에 둔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조세저항이 직접세에 비해서 간접세가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정부입장에서 세수(稅收)가 부족할 때 제일 간단히 꺼낼 수 있는 카드가 간접세 인상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직접세와 간접세 비율은 5대 5로 OECD 평균인 6대4에 비해서도 간접세 비율이 높다. 미국의 직접세 대 간접세 비율 9대1에 비하면 간접세 비율이 턱없이 높게 나타난다. 세수부족을 조세저항이 적은 간접세에 부과해 담배 값을 대폭 인상했다는 비난 여론에도 정부는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바라는 ‘국민 건강증진’의 목적에 부합해 금연자 수가 늘어나는 ‘바람직한’ 결과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담뱃세 인상으로 늘어난 세수만큼은 금연지원 및 간접흡연자 피해방지 등의 최초 목적대로 사용하길 바란다. 그래야 ‘세수 증대를 위한 담뱃세 인상’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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