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엔 나이 없다.”

얼마 전 천직이라 생각했던 택시를 처분하고, 마음속으로 계속 되 내이는 말이다. 나이 많은 은퇴 택시기사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 100세 시대가 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들이 더욱 많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박기사가 아니다. 글로벌 시대 천만관광객이 한국을 찾는 요즘, ‘국제 감각’과 언어(영어)를 택시기사들에게 강의하는 교육 강사로서 활동을 준비 중이다. 외국인 고객 응대법은 물론 30여년 간의 택시운행을 통해 얻은 인사법, 친절 서비스 등의 노하우도 함께 무료로 전수할 계획이다.

외국인들에게 택시는 이동수단을 넘어 관광안내자요,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민간 외교관과도 같다. ‘바가지요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보다 ‘친절 한국’을 떠올리고, 다시한번 우리나라를 방문하도록 서비스하는 관광사절단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택시기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을 위해 영어는 물론 서비스에 대한 실제적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은 없다. 더불어 그런 강사도 없다. 그래서 필자가 남들이 가지 않는 그 길을 가보려 한다.

처음 ABC 알파벹을 배웠던 때를 거슬러 올라가보니 어느덧 60여년 전이다. 손을 들어 Good morning이란 아침인사를 어색하게 건네며 영어공부를 시작한 게 벌써 반세기를 훌쩍 넘긴 셈이다.

사실 우리 세대만 해도 영어가 그리 필요한 시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게는 영어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처럼 달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글로벌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나름의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제대로 된 영어학원 조차 없어 한영사전을 뒤지며 홀로 익히는 방법밖에 없었다. 외국인을 만났을 때 건네고 싶은 말들을 사전을 찾아서 완성시킨 후, 이태원 등에 가서 실습을 하는 게 나만의 영어 독학 방법이었다.

“What part of the country do you hail from?”은 필자가 외국인에게 처음 건넨 영어문장이다. 그 뜻은 ‘미국 어디서 왔냐?’이다. 처음엔 <홧 파트 어브 더 컨츄리 두유 해일 후럼?>이라고 영어발음을 한글로 적어가 단어를 더듬더듬 천천히 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박기사의 영어공부가 시작됐다.

‘밑져 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용감하게 외국인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자신감이 생겼고, 영어가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다. 만나는 외국인들은 영어를 어디서 배웠느냐며 칭찬할 정도의 실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택시에 탄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한국에 대한 소개, 지명의 유례, 추천 관광지 등을 자세히 소개할 정도가 됐다. 남들보다 더디게 익혔지만 실전에서 배운 언어이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자부심은 남다르다.

이제는 은퇴한 택시 선배로서, 그리고 택시종사자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으로 영어교육을 시작해보려 한다. 어렵고 힘든 길인 줄 알지만 이것이 내게 주어진 또 하나의 천직이라 생각하며 즐거이 도전에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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