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경남 창원 아파트 단지에서 3살배기 어린이가 택시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불법 주차된 차량에 가려 택시 기사가 도로로 뛰어든 어린이를 미쳐 보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불법 주차의 문제는 시야확보를 방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교통 혼잡은 기본이요, 이웃 간 주차문제로 다툼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소방차 등 촌각을 다투는 응급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기도 한다.
특히 상가 밀집지역이나 지하철 인근의 번화가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마치 주차장인 듯, 버젓이 인도에 차를 세워놓고, 건물 앞 사유지와 인도 사이에 이른바 '개구리 주차'를 해놓은 차량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속반이 출동해도 그 때 뿐이다. 단속반이 지나가면 금세 주차장으로 다시 변화기 일쑤다.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지난 199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의 주차 단속 건수는 5000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그동안 부과된 과태료만도 2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불법주차를 단속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지불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올해 올해 서울시의 불법 주차 단속 예산은 약 130억원. 단속 인력 운용에 90억 원, 단속 차량 구입·유지에 1억2000만원, 주차단속용 CCTV 300여 대와 전기료, 통신료로 8억3000만원의 세금이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 3년 간 불법주차 과태료 징수율은 해마다 떨어져, 미납액이 800억 원에 달한다고 하니 심각한 교통범죄가 아닐 수 없다.

여기까지는 통계가 가능한 부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교통 혼잡으로 인한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이웃간 다툼을 부르는 심각한 사회 갈등 요인이기도 하다. 골목주차와 이면도로 불법주정차 때문에 소방차 등 응급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허다하다.

이렇게 상황이 심각한데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주차장 정책은 국토부, 단속은 자치단체와 경찰이 맡는 등 담당 주체가 달라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어려운 현실이다. 게다가 늘어나는 자가용의 수요를 한계에 도달한 주차공간이 감당할 수 없는 상태고, 더불어 미흡한 시민의식, 민원을 의식한 느슨한 주차단속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불법주차에 대한 대책은 없을까.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차고지 증명제’(차를 사기 전에 반드시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제도) 등도 고려해 볼 만 하다. 또한 ‘불법주차 파파라치’ 제도를 운영하는 등 철저한 단속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지정된 주차장이 조금 떨어져 있어서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제자리에 주차하는 시민의식의 변화가 가장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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