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30년 단축, 진입장벽 낮아져

정부의 잇단 부동산대책 발표 등으로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전국 재건축 아파트가 2개월 사이 최고 1억원 이상 상승하는 등 가격이 치솟고 있다. 9·1부동산 대책 이후 재건축 아파트 매물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기도 하다.

4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7·24부동산 대책 이후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했고 9·1대책으로 재건축 단지 인근에 위치한 예비 재건축 단지까지 수요,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대됐다. 재건축 사업을 결정하는 안전진단 기준이 건물 구조안정성에서 주거환경과 설비 노후도까지 확대되면서 기대심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지난 5년간의 침체를 끝내고 전국에서 속속 재개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전국에서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는 5곳에 달한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사업이 멈춰 있던 단지들의 추진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갖는 관심도 부쩍 높아지면서 지난달 말 현재 연초 대비 집값 상승률(3.63%)이 일반 아파트의 세 배를 넘는다. 더욱이 지난 1일 정부가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단축하며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춤에 따라 새롭게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 선정 부쩍 늘어=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시공사 선정 이후 건설사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으면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2010년 이후 시공사 선정 단지가 1년에 2~3곳에 그쳤지만, 올해는 이미 서초구 ‘방배5구역’, 강남구 대치동 ‘국제아파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 4차’ 등 9개 단지가 시공사를 정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연말까지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계획인 단지도 최소 4곳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에서도 올해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가 부쩍 늘었다. 부산에서는 동구 ‘초량1구역’, 동래구 ‘온천3구역’이 시공사를 선정했다. 경기 성남시에서도 5년 만에 ‘금광1구역’이 시공사를 뽑았고, 광명시 ‘철산 주공7단지’도 지난달 시공사를 결정했다. 제주에서는 ‘도남연립’이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시공사 선정에 성공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도 오랫동안 부진했던 핵심 단지들의 진행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재건축이 추진 중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2·3단지’는 지난달 조합원 분양을 마쳤고, 이르면 내년부터 이주와 착공이 시작된다. 지난 5월 재건축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두 단지는 최고 35층, 합계 3000가구 넘는 아파트 단지로 변신할 예정이다. 단일 단지로 국내 최대 규모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 역시 지난 5월 35층 규모의 1만1100가구 규모로 탈바꿈하는 계획이 서울시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최근에는 재건축 단지 여러 개를 묶어 ‘랜드마크급’ 대단지를 공동으로 만드는 ‘통합 재건축’ 방안도 시도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한신) 1·3차’ 등 5개 단지와 잠원동 ‘신반포 8·9차 등 5개 단지가 각각 2000~300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변모할 계획이다.

◇규제완화로 부동산 활성화 기대=낡은 주택을 헐고 새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로 급격히 위축됐다가 올해 초부터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집값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 데다 신규 아파트 분양이 예상외로 흥행에 성공하자 오랫동안 사업 시기를 저울질하던 집주인들과 건설사가 미뤄뒀던 사업에 속속 뛰어든 것이다.
부동산114 김은진 팀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거론한 7월부터 재건축 시장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건축 사업에 대한 ‘대못 규제’들을 잇달아 폐지·완화하기로 결정한 것도 영향을 줬다. 2006년 도입된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주택 재건축에 따른 개발 이익이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일부를 정부가 환수하는 것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재건축 후 일반 분양 성패에 따른 위험이 큰데도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것은 과도한 제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07년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를 투기 우려가 있는 지역에만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법안도 국회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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