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신림역 부근은 가출청소년들의 서식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4번 출구 L패스트 푸드점과 6~7번 출구에 몰려있는 세~네 곳의 커피 전문점과 인근 도림천 변은 아이들의 행동 거점이다. 아이들은 이곳에 삼삼오오 모여 유흥가를 출입하는 방법이나 폭력을 주고받는다.

신림동의 노래방 업주들은 이런 아이들 때문에 또 다른 골치를 앓고 있었다. 장사가 잘 안되니 궁여지책으로 정액제로 시간을 정해 6,000원여를 받고 아이들을 들여보내는데, 가출청소년들은 오히려 이런 점을 이용해 노래방에서 낮에 잠을 자고, 밤에 떠도는 생활을 한다는 것. 노래방을 하는 P씨는 이런 아이들을 가리켜 “돈 없는 10대가 모이는 곳은 정해져있다. 노래방은 주문 안 해도 눈치가 덜 보이고, 빈 종이컵을 놓고 몇 시간씩 버틸 수 있는 카페보다도 편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들어와 노래를 부르지 않고 쪽잠을 자기도 한다”고 말했다.

왜 아이들은 신림에 모여들까. 다른 지역에 비해 물가가 싸고, 24시간 업소가 많으며 찜질방, PC방, 노래방이 모여 있고 인력소개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여드는 곳은 반대로 그림자가 짙은 법이다. 아이들은 불법이 횡행하는 음지로 숨어들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굶다 못해 패스트 푸드점에서 케첩을 구걸해 케첩으로 연명하는 아이들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는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이미 사회적인 문제로 자리 잡아있는 상황인 것이다. 국가가 아이들을 구제하겠다고 시설을 늘린다지만, 사실 이는 정권이 바뀔 때만 반짝할 뿐이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청소년들을 보호하려는 단체들은 점점 줄고 있고, 우리 어른들은 ‘내 자식이 아니니까’, ‘나하고는 상관없으니까’ 라는 의견으로 지나쳐 버린다.

기자가 만난 한 청소년은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지나갔다. “어른들은 아무도 안 믿어요.” 어른들이 이들에게 무얼 해줘야 할까. 눈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판단해야 할까? 그럼 다시 나아질 수 있을까? 뒤돌아 걷는데 등으로 신림역의 차가움이 몸서리치게 느껴진다. 책임을 지기에 너무 늦어버린 것이 아니길.

임영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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