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반,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늘은 오전 근무라 4시에 교대를 해주어야 한다. 서둘러 세면을 하고 부지런히 옷을 챙겨 나설 준비를 한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는지 와이프가 일어나 있다. 오른 가스비와 전기세에 하루하루가 힘든 요새 와이프의 얼굴도 수심이 가득 차 있다.

그래도 일 나가는 남편의 얼굴을 대하는 와이프의 웃음은 잠시나마 가장으로서의 자부심을 일깨워주곤 한다. 그런 와이프의 웃음을 뒤로 하며 오늘 하루도 힘내보자고 다짐해 본다.

교대근무로 바쁜 회사에 도착하여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뽑아들고 동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퇴근하러 들어오는 동료들의 얼굴에도 피로가 가득 차 있고 즐거워야 할 퇴근길이 한숨으로 가득차 있다.

좁은 사무실은 옷 하나 걸 공간이 없고 하루 내내 매연에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동료들은 씻을 곳 하나 없는 회사에서 막장 인생을 한탄하며 오늘 하루를 마감하려 한다. 12시간을 일하고 돌아와 쉴곳 없는 우리를 반겨줄 곳은 어디인가 반문해 보지만 그곳은 회사가 아닌 포장마차 뿐.

쉴 곳 없는 비좁은 회사에서 여담을 즐기는 기사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요새 주머니가 가벼워서인지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들도 줄어들긴 마찬가지고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는 서민들의 고혈을 짜내는 듯하다.

하루 12시간을 일해도 10만원이 훌쩍 넘는 사납금은 기사들을 더욱더 힘들게 하고 오른 가스비와 식대는 목구멍에 라면 하나 넘기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케 한다. 한 시간에 1만원을 번다고 할 때 12시간이면 12만원인데 사납금 10만5000원에 식대 1만원, 그리고 가스비를 제하면 오히려 돈을 갖다 밀어 넣어야 한다.
배운 기술도 없고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일을 안할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해진다. 회사에서는 오른 가스비를 감당치 못한다면서 사납금을 올리려 하고 줄어든 손님과 오른 가스비와 식대에 기사들은 차츰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교대를 끝내고 거리로 나설 때 일을 한다는 자부심보다는 오늘 하루 사납금을 어떻게 채울지 걱정이 되고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보단 부스러기 잔돈을 주는지 안주는지를 따지는 것이 과연 나만의 생각인지 아니면 모든 기사의 생각인지 GPT갈리게 한다.

화장실 한번 가기도 힘든 주행시간 내내 잠시 편의점에 들려 김밥하나를 목구멍에 밀어 넣고 다시금 이런 저런 손님을 태우고 부평초처럼 떠돌아 다니다 교대시간에 맞춰 회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회사에 돌아와 보지만 낡고 좁은 휴게실은 퇴근 시간의 즐거움을 준지 오래고 제대로 된 의자하나 없는 회사에선 커피한잔도 앉아서 먹는 것조차 사치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12시간 내내 화장실 한번 제대로 가질 않았지만 오늘도 사납금을 채우지 못해 난감해진 나에게 동료의 위로는 나를 더욱더 비참하게 하고 또다시 빈손으로 들어서는 나를 와이프가 어떻게 생각할지 가장으로서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다. 이런 나의 모습을 털어놓기도 뭣하고.

국가나 회사가 우리 기사들의 후생복지나 사납금을 좀 완화해줬으면 하는데 과연 누가 있어 우리의 입장을 대변해 줄 것인지 참으로 답답한 마음 금할 수가 없다. ‘웃지 않으려면 가게문을 열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너무 힘든 우리 기사들은 좀처럼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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