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석 편집국장

3·1절을 또 맞았습니다. 1920년 3월 1일 조선 여기저기서 독립만세의 소리가 들립니다.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도, 종로에서도, 광화문에도 그 시대의 사람들은 무슨 약속이나 한 듯 모이고 또 모여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목소리가 10명이 되고, 그게 1,000명이 되고, 또 100,000명이 되어 전국에 메아리를 쳤습니다.

그때 조선민족 2천5백만명은 모두가 한마음 이었습니다. 오직 독립,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이 집회를 보고 놀란 모양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3개 신문을 허가하지 않았습니까, 유화책으로요. 그런데 요즘 일본이 또 말썽입니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하여 자기들이 정한 다께시마의 날을 이젠 일본정부의 날로 하여 기념식까지 거행했습니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양국의 미래세대에까지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지워서는 안된다, 우리세대 정치지도자들의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고 “그럴 때 비로소 양국 간에 굳건한 신뢰가 쌓일 수 있고 진정한 화해와 협력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침략자의 후예다. 3·1절을 깊은 아픔으로 보냈다.”는 일본인 목사가 있어 화제입니다. 그는 작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맞은편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홍난파의 ‘봉선화’를 플루트로 연주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왜 나라 망신을 시키느냐”는 일본 누리꾼들의 비난을 거칠게 받았습니다.

“한일간에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정치인들의 잘못이 크다며 “정치인들은 한일 양국 감정을 흔들어 놓곤 합니다. 국내 정치에 대한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에 한일감정만큼 이용하기 좋은 도구가 없습니다.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을 조종하려는 위정자들의 인형극 줄 같은 끈을 끊어버려야 합니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 달 28일 일본의 극우 록밴드 ‘벚꽃 난무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모독하는 동영상이 담긴 CD와 가사를 한글로 번역한 종이를 나눔의 집으로 보내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매춘부 할망구들을 일본 사람들이 나와서 쳐 죽이자”는 내용이 담긴 이 CD를 본 할머니들은 이 밴드를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 밴드가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할 방법이 없습니다.

한일간 문제는 이제 일본에서는 원점으로 돌아간 듯 합니다. 그들은 자국의 이익이 될 수 있다면 이렇게 생떼를 씁니다.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다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 이제 일본도 가슴에 손을 얹고,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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