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수 기자

K형을 그리며

서울개인택시기사 하 재 수

형, 미안합니다.
형은 사후 많이 아픈 어려운 사람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시신은 의학발전을 위하여 의학연구용으로 기증하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형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도와드리지 못하여 정말 미안합니다.

그날 새벽 형은 그 해장국집에서 “나는 영원히 살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아둔한 저는 그 말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이분이 교회에 나가시더니 사후 천당에 가서 영원히 사시겠다고 하시는구나’ 하고 엉뚱한 생각만 하였습니다.

“사후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면 그 사람들은 새삶을 찾을 것이고 그 사람들이 사후 기증하고 그 다음 연속적으로 기증하면 나는 영원히 사는 것이다. 또한 의학도들이 내 시신을 의학연구용으로 사용하여 의학발전에 공헌한다면 얼마나 뜻있는 일이겠느냐”고 말씀하셨을 때 저는 아무 말도 못하고 형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형, 정말 훌륭한 생각이십니다.

지금도 너무 많이 아파서 장기기증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만이천여명의 사람들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합니다. 또 인체조직이 많이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그 수를 충당하지 못하고 외국에서 많은 외화를 들여서 충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의학도들이 시신 기증이 많아 의학연구가 활발한 선진외국으로 유학을 많이 가는 이유 중 하나도 우리가 시신기증에 소극적이어서 의학연구가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형의 생각, 형의 훌륭한 뜻이 있었지만 그 생각, 그 뜻을 실현하기에는 현실이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형 사후 아파트 CCTV를 살펴보니 형은 뇌출혈로 지하주차장 계단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으나 지나다니는 사람들이나 아파트 직원은 술 취한 늙은이가 주정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많은 시간 내버려 두었습니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형은 치료시기를 놓쳤고 조사기관에서는 범죄연루 조사와 부검을 한다면서 시간을 끄는 바람에 형이 바라던 장기적출은 적정시간인 4시간을 넘겨버렸고 인체조직조차 적출적정 15시간 넘겨 실패하였습니다.

게다가 시신기증은 가족 전원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나 일부 반대가 있어 형의 숭고한 뜻을 이루어드리지 못하였습니다. 형, 정말 미안합니다.

어쩌다 일 끝나고 새벽에 해장국 집에서 형을 만나면 순대국밥을 그렇게도 좋아하셨는데, 국물 한 방울까지도 다 잡수셨지요. 그런데 어느 날 방송을 보니까 어떤 식당에서 순대국밥을 만들면서 재료를 너무 함부로 취급하고 있는 것을 보자 불결한 기분이 들어 제가 “이젠 순대국 먹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형이 “그럼 콩나물국밥 먹자”고 하여 콩나물국밥을 먹었으나 형은 입맛에 맞지 않으신지 반도 안 드셨습니다. 그날 그 새벽 그 해장국집에서 먹었던 콩나물국밥이 형과 먹은 마지막 음식이었는데 그냥 좋아하시던 순대국밥을 잡수시게 놔둘 것을,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형 미안합니다.

형의 고희연 때 제가 바쁘다 하여 인사만 드리고 오려 하자 “음식 조금이라도 먹고 가면 안되느냐”고 아쉬워하던 형. 이렇게 빨리 이별할 줄 몰랐습니다. 형, 미안합니다.

“사람이 죽은 후의 매장은 조상 대대로 하던 관습이지만 매장을 하면 깜깜한 땅 속에서 얼마나 갑갑할까. 그래서 매장이 싫다 화장은 요금 많이 하는데 얼마나 뜨거울까. 화장은 뜨거워서 싫다. 내가 선택한 장기와 인체조직과 시신기증이 최선이다. 수술할 때 마취는 시켜주시겠지”라고 껄껄대며 호탕하게 웃으시던 형.

지금 화로 속으로 형의 마지막 모습이 들어가고 화로 문이 닫혔습니다. 그래 얼마나 뜨거우십니까. 뜨거움을 해결해드리지 못하여 정말 미안합니다.

못난 제가 형을 그리며.
 

저작권자 © 티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