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한 경 석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벽걸이 세탁기 ‘미니(mini)’가 화제다. 벽걸이 세탁기라는 것이 너무 획기적인 것이라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러지기 때문이다. ‘미니’는 출시 3개월 만에 1만대 넘게 팔려나가는 호황을 누렸다.

요즈음 시장에 굵직한 회사의 세탁기가 너무 많아 이 회사에서는 세상을 놀라게 할 세탁기를 만들어야 했다. 이것은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시간도 없고 절박했다. 우선 연구소에 있는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 연구소에 모인 사람들은 세탁기가 있어서 불편한 점이 뭔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언제인지에 대해 얘기를 해보라고 했다.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한 연구원이 “덩치가 커서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다른 연구원이 “한 번 돌리려면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일 때까지 기다려야한다”고 했다. 또 “세탁물을 넣고 뺄 때마다 몸을 굽혀야 해서 허리가 아프다”는 등 여러 가지 불평이 많이 나왔다. 그러다가 그중 한사람이 “차라리 공중에 매달아 버리면 어때?”라고 말했다. 다들 깔깔 웃다가 “그래, 그럼 한번 매달아 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러다가 “공중에 띄워놓기는 어려우니까 벽에 달아보자”는 쪽으로 얘기가 진행된 것이다.

벽에 걸리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작아져야 했다. 크기를 줄였더니 예뻐졌다. 부담이 적고 어느 정도 세탁물도 소화할 수 있는 형태(550X600X292mm·3kg)를 찾는 데만 1년 반 이상이 걸렸다. 세탁기의 핵심인 모터를 만드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모터의 크기를 조절해 가며 수백 번, 수천 번 실험을 반복했다. 벽에 거는 과정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식구 수가 적거나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에 실제로 설치해서 사용해보도록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지대와 벽 사이에는 4중 방진패드를 덧대 소음과 진동을 흡수하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벽에 걸린 세탁기가 탄생했다. 벽에 걸린 세탁기를 본 사람들은 십중팔구 감탄사를 터뜨렸다. 거부감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회사에 선주문 및 예약구매 문의 전화가 빗발칠 정도였다. 아름다움은 효율성으로 이어졌다. 베란다나 부엌 한구석에 상당한 덩치로 차지하고 있던 세탁기가 벽에 걸리면서 새로운 공간도 생겼다.

세계의 말 중에 최고의 걸작은 콜럼버스가 한 것이다. 그는 신대륙을 발견한 뒤 사람들이 신대륙은 이전에도 사람들이 간적이 있다고 말하자, 탁자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누가 이 탁자위에 달걀을 세울 수 있나. 할 사람이 있으면 해봐라.” 사람들이 달걀을 세우려고 하다 쓰러지기만 할 뿐 세워지지가 않았다. 그러자 콜럼버스가 내가 해보겠다며 그 자리에 섰다. 그는 달걀을 들고 조심스럽게 밑을 조금 깬 뒤 그것을 탁자위에 세워놓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봐라, 달걀이 이렇게 세워져 있지 않느냐. 사람들은 이렇게 쉬운 일도 생각을 하지 못해 못 세웠다. 모든 일은 누가 처음 했느냐에 달려있다.” 이 세상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벽걸이 세탁기, 누가 그걸 상상이나 했겠는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이것도 위대한 발견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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