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기교와 복잡한 대위법을 사용한 슈만의 난곡

베르트 슈만의 독주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연습곡 Op.13〉은 고난이도의 기교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연습곡의 성격을 가지지만, 형식적으로는 변주곡에 가까운 구성의 작품이다. 화려한 기교 뿐 아니라 복잡한 대위법과 실험적 기법들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어야 하므로, 슈만의 피아노 작품 중 가장 어려운 곡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동시에 다채로운 음향의 실험과 깊이 있는 낭만적 상상력이 담겨 있어, 낭만주의 시대 피아노 음악의 절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슈만은 1837년에 출판된 초판 악보에서 ‘아마추어의 선율에 의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선율을 쓴 것은 폰 프리켄(von Fricken) 남작으로, 그는 한때 슈만의 약혼녀였던 에르네스티네 폰 프리켄(Ernestine von Fricken)의 양아버지였다. 슈만은 1834년 자신과 에르네스티네의 결혼을 반대하는 폰 프리켄 남작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가 작곡한 단순한 선율을 바탕으로 대규모의 작품을 완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1835년, 결국 그녀와 파혼하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들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실제로 슈만은 음악 속에 자신의 내면을 담아내고자, 이 작품의 제목을 처음에는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의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교향적 연습곡〉이라고 붙이려 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라는 이름은 슈만이 자신의 양면성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던 두 개의 필명으로, 이 이름을 사용한 제목을 통해 작품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했던 것이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교향적 연습곡〉이라는 제목을 택했지만, 음악적 구성은 오이제비우스의 성격을 드러내는 서정적이고 내향적인 부분과 플로레스탄을 나타내는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변주에서는 폰 프리켄 남작의 선율을 사용하는 대신, 하인리히 마르슈너의 오페라 〈템플 기사단원과 유대인 여인〉(Der Templer und die Jüdi) 중 ‘기뻐하라 자랑스러운 잉글랜드여’의 선율을 사용했다. 이는 이 작품이 헌정된 영국의 피아니스트 스턴데일 베넷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였다. 베넷은 당시 영국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슈만과의 돈독한 우정을 기리며 이 작품을 영국에서 자주 연주하여 호평을 받았다. 이후 슈만과 결혼한 클라라 역시 이 작품을 좋아했지만, 슈만은 이 곡이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공공연주회에서 연주하지 말 것을 권했다고 한다.

 

슈만은 이 작품을 통해, 이전에 작곡한 성격소품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음악을 구현하고자 했다. ‘연습곡’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슈만은 자신이 극찬했던 쇼팽의 연습곡들과 같은 음악을 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최고의 기교를 연마할 수 있는 연습곡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음악적으로도 완결된 내용을 담고자 한 것이다. 슈만은 특히 이 작품에서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오케스트라에 뒤지지 않을 만큼 다채로운 음색과 텍스처를 실험했다. 또한 당시 획기적으로 발전했던 악기인 피아노의 모든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다양한 음색들을 결합시키고 대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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